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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

경기둘레길 김포 3코스 (중도포기)

by [세레스] 2023. 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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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둘레길 세 번째 코스인 김포 3코스를 다녀왔다. 2코스의 종점인 애기봉 입구에서 시작되어 전류리포구까지 가는 코스다. 경기둘레길을 시작하고 세 번 만에 중도에 포기하고 출발점으로 다시 돌아와서 다음을 기약하게 된 코스가 되었다.

  • 총 소요시간: 1시간 24분 (중도 포기 후 출발지 복귀 시간 포함)
  • 코스길이: 17.2 km (3.7km 지점에서 중도 포기)
  • 난이도: - 점 (5점 만점)
  • 경치: - 점 (5점 만점)

 

김포 3코스의 코스설명 안내도 이미지 입니다.
경기둘레길 3코스

 

김포 3코스 (애기봉 입구~전류리포구)

1) 전체경로

설날 연휴 마지막날 하루 시간을 내서 김포 3코스를 걷기로 했다. 그런데 이날은 대한민국에 기록적인 한파가 몰아닥친 날이였다. 김포 날씨도 아침기온이 영하 18도에 체감온도가 영하 24도였고 낮 최고 기온도 영하 11도 밖에 되지 않았다.

 

기온만 낮은거라면 그나마 괜찮을 텐데 설상가상 이날은 바람도 많이 불었다. 바람이 초속 8m로 부는 날이어서 칼바람이 몰아칠 예정이었다. 그래서 핫팩도 넉넉히 챙기고 플리스도 한 겹 더 껴입고 나름 준비를 하고 길을 나섰다.

 

애기봉 근처에 차를 대고 출발하기 위해 근처에 있는 가금 3리 마을회관 옆 주차장에 차를 댔다. 공용화장실도 같이 있어서 출발지 근처에 차를 대실 분들은 이곳을 이용하는것이 좋을 듯싶다. 아무튼 차에서 내리기 전 경량 패딩 안에 붙이는 핫팩을 붙이고 손을 녹이기 위해 패딩 양쪽 주머니에도 핫팩을 넣어두고 출발했다.

 

출발지점까지 잠시 걸은 뒤 트랭글과 Relive 어플을 실행시키고 길을 걷기 시작했다. 모자를 쓰고 바라클라바를 해서 눈만 내놓고 걷는데도 바람이 스며들어와서 패딩의 모자도 쓰고 걸었다. 핫팩이 효과를 발휘하는지 상체는 금방 열이 올라서 패딩 안이 후끈 열기가 올라왔다.

 

문제는 하체였다. 안에는 기능성 타이즈를 입고 위에는 발목이 좁은 일반 아디다스 추리닝을 입고 나섰는데 기존에 영하 5도 정도의 날씨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지만 영하 17도에 칼바람이 부는 날씨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바람이 한번 불어올 때마다 뼛속까지 시린 추위가 하체를 공격했다.

 

그래도 걷다보면 열이 오르고 또 양지로 나가서 해를 받으면 그나마 괜찮아서 일단 계속 걸었다. 시작한 지 20분 만에 산 능선 뒤에 있는 길을 걷는데 해가 산에 가려 응달로 들어가서 칼바람이 몰아치자 하체에 감각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간질간질하다가 점점 찌르는 듯한 느낌으로 변해가고 다리가 점점 굳어가는 게 느껴졌다.

 

일단은 더 참고 걸어갔다. 그러자 김포의 넓다란 평야에 있는 농로가 나왔다.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농로에는 바람을 막아줄 장애물이 없다 보니 매서운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걸어야 했다. 40분쯤 걸어서 3.5km 지점을 지날 때 다리가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감각이 없어지다가 다시 다리가 타는 듯이 뜨거운 느낌이 들기 시작하니 겁이 덜컥 났다.

 

3코스가 총 17.2km이니 이런 길을 앞으로 3시간은 더 걸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 이건 도저히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전을 고려하더라도 더 멀리가서 돌이킬 수 없기 전에 다시 돌아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애초에 내가 둘레길을 걷고자 한 게 나와의 싸움 같은 것이 아니라 좋은 경치를 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즐기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는데 무리하게 강행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세 번 머뭇하다가 다시 출발지로 방향을 돌리고 길을 재촉했다. 출발지점까지 가는 더 빠른 길이 없나 찾아보았지만 걸어온 길을 그대로 걸어가는 것이 제일 빠른 길이였다. 공연히 휴대폰을 꺼내서 길을 확인하다가 손가락 마저 감각이 없어져 버렸다. 

 

출발지점까지의 거리가 다가올수록 두려움과 걱정이 안도로 바뀌면서 그냥 그대로 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더 늦기 전에 적절한 판단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 상태로 두세 시간 추위에 노출되었으면 무슨 일이 있었을지 모른다. 차로 돌아와서 잠시 몸을 녹이자 다리가 따끔따끔하면서 열이 났다. 어느 정도 괜찮아지자 아내에게 전화를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위성지도에 파란색으로 경로가 표시되어있다.
트랭글로 기록한 코스기록

 

 

보완점

코스를 중도 포기 하면서 여러가지를 복기해 보았다. 아무래도 둘레길에서는 보통 만날 수 없는 극동계의 추위를 경험해보고 나니 부족한 부분과 보완할 점이 많이 생각났다.

  • 방풍 대책: 상의는 경량패딩과 패딩으로 막아주기 때문에 바람이 아무리 많이 불어도 괜찮지만 하의는 타이즈와 트레이닝 팬츠로는 바람을 전혀 막지 못했다. 오늘같이 기온이 낮고 특히 바람이 강한 날은 둘레길을 쉬거나 만약 강행할 필요가 있는 경우 바람을 막을 수 있는 방풍소재로 처리된 동계용 등산바지를 구비해야 할 것 같다.
  • 바라클라바 습기노출: 바라클라바가 초반에 바람과 추위를 막아 얼굴을 보호하지만 금세 입과 코부위가 젖는 문제가 있었다. 기온이 높다면 약간 축축한 정도의 불편함만 감수하면 되겠지만 오늘같은 강추위에는 젖은 부위가 급격히 얼어붙는 문제가 있었다. 이런 부분은 입이 뚫린 형태의 바라클라바를 사용하거나 두꺼운 넥워머를 모자와 같이 사용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할 것 같다.
  • 발가락 시림: 발가락도 출발한지 1시간 정도 지나자 시리기 시작했는데 이때는 이미 복귀를 결정해서 돌아오는 길이여서 그냥 돌아왔지만 적어도 영하 10도 이하의 날씨에서는 붙이는 핫팩을 발바닥이나 발등에 출발지점에서 부터 붙이고 출발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아니면 내피가 기모로 처리된 동계용 등산화를 구매해서 대응할 수 도 있는 것 같다.

 

 

끝으로

중간에 복귀를 결정하면서 많은 고민을 했다. 그러다가 내가 왜 둘레길을 걷기로 했는지를 떠올렸다. 나는 매주 새로운 곳을 알아가는 즐거움을 위해 걷고 열심히 걷고 나서 새로운 맛집에서 맛있는 식사를 하기 위해 매주 걷기 여행을 떠나기로 한것이였다.

 

그런데 의무감에 추위와 싸워가며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채 몸을 웅크리며 걷는 스스로를 보며 목적을 잃어버린 걷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바로 발걸음을 돌렸다. 조만간 걷기 좋은 날 천천히 주변의 경치와 길을 즐기면서 다시 3코스를 걸을 예정이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도 스스로 왜 걷는지, 혹시 걷는 이유를 잊어버린채 걷고 있는 건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지시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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