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는 참 힘들다. 모처럼 큰 마음을 먹고 다이어트를 시작해서 유산소 운동을 하려고 해도 달리기는 좀처럼 엄두가 나질 않는다. 헬스장에 가면 러닝머신에 올라가서 일단 걷기 시작하다가 속도를 올려서 달리기를 할라치면 1분을 넘기가 어렵다. 숨이 차고 종아리가 땅겨온다. 결국 속도를 내려서 걷기 시작한다. 30분 달리기보다 1시간 걷기가 더 편하기 때문이다. 어디선가 걷기 운동이 달리기보다 좋다는 조사 결과를 보았던 것도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러닝머신에 TV를 틀고 한 시간 걷기를 시작한다.
이게 항상 운동을 시작하면 반복해오던 나의 모습이었다. 나는 달리기가 참 싫었다. 숨이 차고 근육이 땅겼다. 그래서 걸었다. 다이어트가 목적이고 칼로리를 소모하는 게 목적이라면 걷기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뛰고 싶었다. 멋지게 운동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사람이라면 스포츠웨어를 입고 귀에는 무선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며 강변을 달리는 모습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나도 그랬다.
요즘이 어떤 시대인가 무엇이든지 스마트폰에 있는 세상이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앱 다운로드 사이트로 갔다. 거기서 그냥 "달리기"라고 검색했다. 바로 나오는 어플은 나이키 어플이었다. 설치해보았다. 뭔가 화려하고 힙한 느낌의 어플이다. 구간별로 목표를 달성하면 보상을 주는 멋진 어플이다. 하지만 뭐랄까 초보자와는 맞지 않는 느낌이었다. 이미 달리기가 취미이고 일상이 된 사람들이 자기의 운동 결과를 인스타에 캡처해서 올리기에 좋은 어플이라는 느낌이었다.
어플 검색 결과를 좀 더 보았다. 다음으로 보이는 어플이 "런데이"라는 어플이었다. 어플 설명이 맘에 들었다. "즐겁게 30분 달리기" 이 어플의 목적은 너무나도 간단하다. 1분만 달려도 숨이 차고 걷고 싶어 지는 모든 사람을 8주 안에 30분을 쉬지 않고 달리는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이 어플의 목적이다. 맘에 들었다. 그래서 어플을 설치하고 다음날부터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지금까지 나는 달리기가 취미인 사람이 되었다.
30분 달리기
런데이 어플의 목표는 정말 단순하다. 달리기가 처음인 사람들에게 따라 하기만 하면 30분 동안 쉬지 않고 달릴 수 있게 해 주겠다는 것이다. 이것을 위해서 일주일에 세 번씩 달리기를 하는 일정으로 8주간 24번의 달리기를 하는 프로그램으로 짜여 있다.
시작
어플을 설치하면 제일 앞에 "30분 달리기 도전" 프로그램이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1주 차의 첫 번째 운동부터 시작하면 된다. 런데이 어플은 걷기와 달리기의 반복으로 되어있다. 처음에는 달리는 시간은 1분으로 시작한다. 걷기는 2분이다. 준비 걷기와 마무리 걷기를 제외하면 보통 5~6회의 달리기와 사이사이 걷기 시간으로 구성된다.
운동을 시작하면 힘찬 남성 목소리의 안내 음성이 들려온다. 앞으로 8주간 나의 달리기 선생님이 될 코치의 목소리이다. 근데 이 목소리가 정말 큰 도움이 된다. 안내 음성이 달려야 할 때와 걷기를 할 때를 알려준다. 앞으로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 몇 번을 더 뛰어야 하는지 중간중간 알려준다. 힘들만하면 격려를 해준다. 런데이 어플의 핵심은 이 안내 음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첫 운동의 강도는 그리 어렵지 않다. 가볍게 1분을 뛰다 보면 살짝 숨이 차려고 할 때 바로 2분 걷기 운동을 하기 때문이다. 달리기가 처음인 사람도 그리 어렵지 않은 강도이다.
운동 강도
첫 런데이 운동이 끝나고 나면 매번 운동 강도가 올라간다. 달리는 시간은 조금씩 길어지고, 달리는 횟수도 올라간다. 반대로 쉬는 시간은 처음 2분에서 점점 줄어든다. 개인적으로 가장 힘들게 느꼈던 구간은 달리기가 2분 정도 되었을 때였다. 3주 차 정도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때가 약간 고비였다. 아직 달리기가 완전히 몸에 익지 않은 상태에서 2분이라는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졌다.
그런데 그것도 잠깐이고 그 고비를 넘기고 나면 5분 7분으로 달리기 시간이 늘어나도 더 힘들다는 느낌이 들지 않게 된다. 런데이의 가장 핵심이 그것인 것 같다. 바로 어느 구간을 넘어서면 5분을 뛰나 10분을 뛰나 힘듦의 정도가 비슷해지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걸 느끼면서 달리다 보면 어느새 15분씩 달리게 된다.
달리기를 하고 나서 오늘 뛰었던 코스를 살펴보고 어느 정도의 페이스로 뛰었는지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운동이 끝나고 샤워를 한 뒤 침대에 누워서 오늘 훈련 결과를 눌러보면 아래와 같이 전체 운동시간과 구간별 페이스를 볼 수도 있다.
30분 달리기
어느덧 8주가 지나면 마지막 달리기 시간이 찾아온다. 바로 30분 동안 쉬지 않고 달리는 날이다. 특별한 거 없이 그동안의 프로그램대로 따라왔으면 생각보다 30분 달리기가 어렵지 않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 성취감은 결코 작지 않다. 내가 해냈다는 느낌을 느끼고 있을 때 그동안 함께 해온 달리기 코치가 특별한 축하인사를 건네는데 그 감동은 정말 잊을 수 없다.
8주의 달리기가 끝나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런데이 어플의 "달리기 능력 향상 코스" 같은 다른 프로그램을 이용해도 된다. 아니면 이제 런데이 어플에서 졸업하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자유롭게 달리기를 즐겨도 된다.
운동 Tip
운동장소
운동장소는 헬스장의 러닝머신 이어도 좋고, 야외여도 좋다. 나는 야외를 좀 더 추천한다. 시원한 바람을 느끼고, 주변의 풍경들이 계속 바뀌기 때문에 지겨움을 덜 느낀다. 또 걷기와 달리기를 반복할 때마다 러닝머신 속도를 조절하는 게 번거롭기 때문이다. 야외에서 달리면 속도를 변경하려면 내 발걸음을 늦추거나 빠르게 하기만 하면 된다. 서늘한 밤 이어폰을 끼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리며 바람을 느끼며 달리는 기분은 정말 최고다.
휴대폰 밴드
런데이 앱을 실행해야 하기에 달릴 때 휴대폰을 가지고 뛰어야 한다. 보통 머리에 떠올리는 게 한쪽 팔에 파우치를 매고 거기에 휴대폰을 넣는 것을 떠올리는데 나는 추천하지 않는다. 팔은 최대한 가볍게 뛰는 게 좋고 한쪽 팔에만 무게를 추가하는 것이 균형 관점에서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추천하는 것은 허리에 밴드 타입으로 차는 제품이다. "달리기 밴드"라고 검색하면 허리에 찰 수 있는 밴드 타입으로 되어서 휴대폰 정도만 간단히 넣을 수 있는 제품을 판다. 가격도 만원 이내로 비싸지 않고 배나 등 쪽으로 휴대폰을 넣어놓고 뛸 수 있어서 안정적이다.
운동화/운동복
러닝화는 하나 사는 게 좋다. 중요한 것은 비싼 걸 사지 않는 것이다. 첫 주의 3번의 운동을 성공적으로 끝냈다면 그 주 주말에 러닝화를 사러 가자. 점원에게 입문자용 러닝화를 골라달라고 말하면 된다. 다시 말하지만 입문자용이다. 2~3개 브랜드를 돌면서 5~7만 원 정도의 입문자용 러닝화를 신어보고 발이 편한 것을 고르면 된다.
그리고 러닝용의 멋진 운동복을 고르자 편한 반바지나 레깅스, 기능성 티셔츠 등을 고르면 된다. 운동복을 사는 것은 달리는데 아주 적절한 동기부여가 된다. 다음 주의 운동이 더 즐거워진다. 물론 과도한 지출은 금물이다.
끝으로
런데이 앱으로 달리기를 입문하고 나서 나는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이 되었다. 놀랍게도 달리기가 즐겁다. 예전의 나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내가 런데이에서 광고 한번 받은 적이 없지만 나는 열렬한 지지자가 되어 운동을 시작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런데이를 추천하고 있다.
열심히 걷기 운동을 해도 다이어트를 하는 데는 좋을 것이다. 하지만 달리기를 하면 나의 인생이 조금 바뀌는 느낌이다. 단순히 칼로리의 문제가 아니다. 달리는 것을 즐기는 사람으로 나 스스로가 변화한다.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 희열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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