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점에 가서 안경을 맞춰보면 블루라이트 차단 코팅은 거의 기본값처럼 권장하는 분위기이다. 문제는 블루라이트 차단 코팅이 추가되면서 금액이 올라가게 되는데 별생각 없이 어디선가 블루라이트가 눈에 안 좋다는 말을 들었던 기억만 믿고 생각 없이 비싼 렌즈를 선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매스컴과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블루라이트에 대한 유해성 논란이 알려지자 관련 시장이 형성되었으며 각종 차단 필름, 소프트웨어 및 시력 보호 모니터 등이 출시되었다. 이후로 몇 년간 블루라이트 차단 제품들이 유행처럼 몇 년 동안 우후죽순처럼 나왔으나, 육 각수 같은 유사과학 및 사이비과학 응용 제품들이 그러하듯 실제 근거는 미비하거나 옹호 논문도 인용이 거의 없어 학문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선동은 쉬우나 검증은 어려운 유사과학 특성상 잠깐 불어닥친 광풍이 서서히 걷혀나가는 추세와 유사하며, 대중에게도 피로도가 높아져서 별다른 메리트가 못 되기 때문에 광고도 줄고 있다.
블루라이트 차단이 필요하다는 입장
망막에는 Melanopsin-Containing Retinal Ganglion Cell이란 신경세포들이 존재하는데 이들은 뇌의 호르몬 조절을 하는 여러 부위들에 신호를 보내 낮과 밤의 교차에 따른 24시간 주기의 신체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세포들이 바로 강한 블루라이트에만 반응한다. 동물 실험 데이터를 보면 아주 잠깐 동안이라도 충분히 강한 블루라이트가 주어졌을 때 수면 사이클을 조절하는 멜라토닌 호르몬 등이 감소하고 활동/수면 사이클의 변화가 생기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24시간 동안 계속 블루라이트가 주어지면 수면 사이클이 완전히 뒤죽박죽이 되어버린다. 이러한 질병을 수면위상지연장애라고 부르며, ADHD와 유사한 증상을 일으킨다고 보고되었다. 따라서 해가 진 이후에는 블루라이트가 눈에 들어오는 걸 차단하는 것이 좋다. 실제로 유럽과 북미 등 대부분 서구 선진국에서는 가정에 주광색 조명을 설치하지 않는다.
진화론적으로 인간은 진화과정 중에 모닥불 같이 색온도가 낮아서 블루라이트가 적은 빛을 야간에 보는 경우는 인류가 불을 사용하고부터 흔하게 일어났지만, 야간에 블루라이트가 망막에 도달하는 상황을 거의 겪은 적이 없다. 그래서 블루라이트가 존재하는 시간을 뇌가 주간으로 인식하여 수면위상을 잘못 보정하는 것이다.
이걸 거꾸로 생각하면 아침이나 낮에는 오히려 블루라이트에 노출되는 것이 활력을 돋울 수도 있는 게 아닌가 할 텐데... 실제 그런 블루라이트 요법이 존재한다. 겨울에 밤이 엄청나게 길어지는 북쪽지방에서는 블루라이트에 노출되는 시간이 짧아져 호르몬 불균형에 의한 우울증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걸 치료하는 목적으로 블루라이트 램프를 사용하기도 한다.
블루라이트 차단 효과가 미미하다는 입장
재의 최신 의학적 근거를 종합하면 블루라이트 차단 렌즈는 딱히 해는 없으나, 안구 건강이나 피로와 상관이 있다는 근거 또한 없으며 수면과 연관이 있을 수도 있다 정도이다. 런던 시티 대학의 체계적 문헌고찰에 따르면 청색광 차단 렌즈가 시각 향상, 눈 피로 감소, 수면의 질, 황반 건강 보전에 영향을 미친다는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
한편 수면에 대하여는 상술된 선행 문헌고찰에서는 근거를 찾을 수 없었지만 후행된 무작위배정시험에선 불면증상이 있는 사람들에게 수면 두 시간 전 청광차단 렌즈를 착용시켰을 시 수면 개선 효과가 있는 것을 관찰하였다.
따라서 미국안과협회에서는 청색광 노출에 과도한 우려를 가질 필요가 없으며, 블루라이트 차단 렌즈를 찾을 필요도 없다고 권고한다. 사람들이 주로 블루라이트를 차단하는 목적인 눈 건강, 눈 피로 감소에는 영향이 없기 때문이다.
눈이 피로하다면 청광을 차단할 것이 아니라 적절한 조도를 맞추고, 화면을 장시간 바라보지 말고, 전문가가 권고하는 눈 운동을 하고, 눈을 자주 깜빡이는 습관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수면에 미치는 영향이 걱정된다면, 자기 전 디지털 기기 사용을 삼가거나 기기의 야간모드(블루라이트 차단)를 사용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야간에 블루라이트에 노출되면 건강에 해롭다고 주장하지만 사실 원본자료에서는 딱히 블루라이트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야간에 밝은 빛에 노출되는 것 자체를 문제 삼고 있다. 즉, 블루라이트에 대한 그저 흔한 공포 마케팅이라는 이야기다.
2016년 네이처(Nature)지에 캐임브리지 안과학 심포지엄 특별호로 발표된 컴퓨터와 태블릿의 블루라이트 유해성 논문에 의하면, 극단적인 장기간의 관찰조건 하에서도 그 어떤 모바일 디스플레이 장치도 공중 보건에 대한 우려의 원인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안과학회의 공식입장 역시 디지털 장치의 블루라이트가 눈에 손상을 입히거나 눈 피로를 유발한다는 과학적 증거는 전무하다는 것이다. 눈이 피로하다면 청광차단 렌즈를 찾을 것이 아니라 올바른 눈 사용 습관을 가지고 자주자주 눈을 쉬어주어야 한다.
자연광에서의 블루라이트 방사 수준에 비하면 디스플레이가 방사하는 블루라이트의 수준은 지극히 미미하여 푸른 하늘 보는 것보다 덜 유해하다는 입장이다.
종합
종합해 보면 블루라이트가 시력저하 및 눈 피로를 유발한다는 과학적인 증거는 아직까지 확인된 바 없으며 세간에 알려진 것도 그 결과가 왜곡되거나 과장되어 전달된 것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안경을 새로 맞추는 경우 굳이 비싼 돈을 추가해서 블루라이트 차단 코팅을 추가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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