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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내가 보험을 모두 해지한 이유

by [세레스] 2022.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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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고 있던 보험을 모두 해약했다. 뭔가 후련한 기분이 들면서도 정말 잘한 선택일까 하는 약간의 불안감이 아직 남아있는 상태다. 해약한 보험은 내 앞으로 된 종신보험과 암/실비보험, 아내 앞으로 된 암/실비보험이다. 아이 앞으로 되어있는 태아보험은 남겨두기로 했다. 보험료가 크지도 않고 아이가 아직 어려서 병원 갈 일이 많다 보니 실비보험을 잘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을 해지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지금은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시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매달 가계부를 작성하는데 소득의 50% 저축이 잘 안 되고 실제 저축률은 40~45% 수준이었다. 지출 분류를 보면 두 번째로 많은 돈을 지출하는 게 보험료였다. 한 달 보험료는 30만 원 정도로 납부하고 있는데 내 앞으로 된 보험이 종신보험 12만 원, 실비보험이 7만 원, 아내는 실비보험이 8만 원, 그리고 아이 태아보험이 3만 원이다.

 

아이의 태아보험을 제외하면 한 달에 27만 원을 보험료로 내고 있었다. 종신보험과 실비보험에 있는 암보험이 55세까지 납부해야 되니 앞으로 17년을 더 납부해야 한다. 그럼 대략적으로 아직 더 납부해야 할 돈이 5,500만 원이다 (27만 원*12개월*17년). 이 돈을 보험사에 앞으로 17년을 내야 하는 게 정말 맞는 선택일까 하는 고민을 해야 했다.

 

보험사는 무엇으로 돈을 벌까

내가 보험에 가입해서 보험사에 돈을 납입한다는 건 의미일까. 거칠게 말해서 나중에 스스로 병원비를 낼 여력이 없을 거고 그만큼의 자산도 없을 예정이니 내 자산을 보험사에 맡겨놓는 행위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 돈을 체계적으로 모을 수도 없고 다 써버릴 거라는 전제다.

 

마치 다이어트를 위해 GX 식의 PT를 한 달에 100만 원씩 주고 끊는 행위와 비슷하다고 느꼈다. 나는 의지가 부족해서 내 돈을 드릴 테니 나를 힘들게 훈련시켜달라는 행위와 비슷하다. 그 돈으로 트레이너는 자기 생활비도 쓰고 체육관도 운영하는데 쓸 것이다. 보험사도 마찬가지다 내가 맡긴 돈으로 회사 임대료를 내고, 설계사 월급을 주고, 성과급을 주는 데 사용할 것이다. 

 

내 돈에 대해서 나의 결정권을 포기하기 싫었다. 나의 미래를 남의 손에 맡기는 건 이제 그만하고 싶었다.

 

5,500만 원의 가치는 얼마일까

보험사에게 맡기지 않기로 결정한 돈이 얼마 정도의 가치가 있을지 생각해 봤다. 그 돈이 나의 자산에 더해지면 나중에 내가 정말 몸이 아플 때 보험을 해약할걸 후회하지 않을 정도의 가치가 되어  나를 든든하게 지켜줄 수 있을까. 한 달에 27만 원을 15년 동안 미국 S&P500에 투자한다고 가정해보면 1억 3천만 원이 된다. 원금이 5,500만 원이니 보험사에 맡기지 않고 내가 그 돈을 스스로 관리하면 15년 동안 거의 두배가 넘는 돈이 될 수 있다.

 

물론 이 돈이 전부는 아니다. 지금 한 달에 200만 원 이상 월 적립식으로 투자하고 있고 여기에 27만 원의 돈이 추가되는 것이다. 돈은 뭉치면 뭉칠수록 더욱 빠르게 굴러간다. 좀 더 커진 눈덩이는 더 크게 커질 것이다.

 

그래도 보험이 있어야 한다면

보험사에서 가장 싫어하는 상품이 뭐냐면 국가에서 정한 단독 실비 상품이다. 국가에서 금액을 제한하고 있고, 이것저것 끼워 넣지 않은 실비만 단독으로 가입하게 하는데 사실 실비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별로 돈이 안된다. 그래서 보험사에는 보통 여기에다가 암특약, 수술 특약, 입원특약을 넣어서 보험금을 불린다.

 

회사별 보험상품을 비교해서 견적 내볼 수 있는 보험 다모아라는 사이트가 있다. 거기에서 다이렉트로 실비만 단독으로 설계하면 39살인 내 기준으로 보험료가 한 달에 만원이다. 실비만 단독으로 가져가게 되면 상상 이상으로 보험료가 저렴하다. 여기에 기본적인 암특약만 추가해도 한 달에 2만 5천 원 정도다.

 

앞으로의 계획

기존 보험은 모두 해지했고, 나와 아내만 단독 실비로 다시 가입 예정이다. 이러면 한 달 보험료가 둘이 합해서 한 달에 2만 5천 원 정도로 예상된다. 아이 보험료 합해서 한 달에 5만 원이 좀 넘는다. 이렇게만 해도 병원비의 70%를 돌려받을 수 있다. 이거면 충분하다. 그리고 여기에서 확보한 여유자금을 월 적립식 투자 금액에 추가해서 나의 전체 금융자산을 늘려가는데 활용할 것이다. 

 

끝으로 혹시나 이 글을 보시는 분 중에 신중하게 생각하지 않고 보험을 해약하지는 않기를 바란다. 자기 스스로 판단해서 선택하지 않으면 먼 미래에 실제 나에게 큰 병이 찾아왔을 때 아무도 책임져 주지 않기 때문이다. 스스로 고민해서 판단하고 그 책임을 스스로 질 수 있는지 잘 고민해서 결정하시길 바란다.

 

기타 정보

추가로 보험을 해약하려는 경우 설계사를 통하게 되면 이런저런 말로 다시 생각해보라고 설득할 텐데, 해약은 설계사를 통하지 않고 콜센터에 전화 한 통으로 가능하다. 별도 서류 없이 구두상으로 가능하니 참고하시라.

 

해지환급금은 세 개 보험 합쳐서 2,200만 원 정도 나왔다. 해약 신청한 당일 바로 통장에 입금되었다. 그리고 실비보험만 단독으로 가입된 경우 해지환급금이 없지만 실비 이외에 암보험과 기타 특약사항도 같이 가입한 상품은 실비 이외의 항목에 대해서는 해지환급금이 있다.

 

만기환급 상품이 아니었다는 이유로 중도 해약하면 한 푼도 못 돌려받는 줄 아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동안의 운영 수수료를 떼고 환급금을 돌려준다. 보험사 어플이나 홈페이지에서 계약 조회하면 보통 해지환급금이 얼마나 되는지도 조회해 볼 수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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